영화 국가부도의 날은 우리나라가 1997년 IMF 구제금융을 받게되는 배경과 당시의 모습을 여러 관점에서 보여주는 영화이다.

 

 영화는 크게 세가지의 관점을 보여준다. 평범한 소시민(허준호), 외환사태에 대응하는 인물(김혜수, 조우진), 외환사태를 투자의 관점으로 보는 인물(유아인), 이들을 통해 당시의 모습을 관객에게 전달한다.

 

 줄거리를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 김혜수는 외환위기를 예측하고 이를 막기 위해 정부 재경국과 협력한다. 하지만 차관 조우진을 비롯한 재경국 관료들은 현 사태에 대해서 국민에게 알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기업부도사태에 대해서도 방관하며 결국 IMF의 구제금융을 신청하는 결론을 짓는다.

 

 이 과정에서 작은 스텐그릇 공장을 운영하는 허준호는 미도파백화점과의 납품계약을 맺으며 대금결제를 어음으로 받게된다. 하지만 미도파백화점의 부도로 어음은 휴지조각이 되며 빚더미에 앉게된다.

 

 종합금융사 개인고객 투자전문가였던 유아인은 외화위기사태를 예측하고 금융사를 퇴사한다. 그리고 투자자를 모아 달러와 급매로 나온 아파트 등을 매입해서 IMF를 통해 큰 돈을 벌게 된다.

 

 이 영화를 보다보면 2008년 미국발 세계금융위기사태를 다룬 영화 '빅쇼트'가 떠오르게 된다. 그런데 빅쇼트의 줄거리는 금융사태가 터지기 전에 이를 예측한 투자자들의 성공스토리를 보여주는 것 같지만 실은 금융위기가 발생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 지나친 연출없이 다큐마냥 담백하게 보여준다.

 

 하지만 국가부도의 날은 당시 대한민국 외한위기에 대한 설명이 그렇게 친절하지는 않다. 마치 IMF 구제금융을 재난영화와 같은 극적인 연출로 보여준다. 그리고 허준호를 통해서는 당시 국민들이 겪은 민생의 어려움을 신파로 보여준다. 솔직히 이 부분은 아무리 신파여도 과하다고 할 수 없다. 실제 그당시 대한민국 국민들의 상황이 그랬으니까.

 

 당시에 유아인과 같이 위기를 기회로 여기고 투자를 성공한 실제 인물들이 있을 것이다.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이 영화에서 유아인이 맡은 배역의 인격이 너무 종잡을 수가 없다. 처음에는 겉으로는 가볍고 얍삽하지만 돈의 흐름을 잘 보는 능력자로 보여졌다. 그런데 자신에게 10억원 이상을 투자한 어린 투자자가 돈을 벌었다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뺨을 후갈겨 버리는 모습, IMF 구제금융이 체결되고 혼자 밤거리에서 씁쓸한 듯 웃는 모습은 캐릭터의 성격에 일관성이 안느껴진다. 그전까지 애국심, 동정 이런 감정은 없고 실리적인 판단만 하는 사람으로 보여주다가 왜 뜬금없이 양심적인 척 하는거지?

 

 끝으로 제작자는 국가부도의 날을 통해서 관객에게 무엇을 전달하고자 하는지 모르겠다. 이런 국가위기의 사실을 기반으로 한 영화가 그저 흥민만을 목적으로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냥 허준호를 보여 슬퍼하기만 해야하나? 아니면 조우진을 보며 무책임한 국가의 관료들을 비난해야할까?

 

 일반적으로 재난이나 위기를 다룬 영화의 중심에는 경각심을 담고있다. 하지만 외환위기는 일개의 국민이 경각심을 가진다고 막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기업의 CEO나 정부의 관료들에게는 충고할 수 있는 메세지이겠지만 관객의 대부분인 일반 국민은 결국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그렇다고 국가부도를 예측해서 도박처럼 투자 하라는 메세지는 더더욱 아닐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봐야할 영화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잘 만든 영화는 아닌 것 같다.

 

Posted by K3보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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